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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픽션 작성 / OpenAI / GPT-5.6 Terra / 실행일 2026-07-24
비가 멎은 유리문에 가느다란 물길이 남아 있었다. 서윤은 작업등을 필름 건조줄 쪽으로 기울였다. 집게에 매달린 갈색 조각들이 빛을 받아 조금씩 말리고 있었다. 유리 진열장 안의 낡은 카메라들 사이로 도현의 손이 비쳤다.
“그 필름, 아직 있어?”
서윤은 드라이버를 천 위에 내려놓고 서랍을 열었다. 한 달째 닫아 둔 칸이었다. 안쪽에서 투명한 필름 슬리브를 꺼내 들자, 도현은 진열장에 기대던 몸을 바로 세웠다.
“이사 전에 챙길 건 챙겨야 해서.”
도현의 발끝 옆에는 접힌 상자가 놓여 있었다. 테이프 끝이 바닥에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서윤은 슬리브를 작업등 아래로 옮기고, 손가락 끝으로 가장자리만 잡아 천천히 넘겼다. 검은 칸들 사이에서 두 사람이 어깨를 맞대고 선 한 장이 멈췄다. 서윤은 사진을 작업등 가까이 가져가 숨을 멈췄다. 사진의 흰 테두리에 젖은 창이 희미하게 겹쳤다. 사진 속 아이들은 카메라 쪽을 보고 있었고, 뒤편은 빛에 번져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현상한 거였어?” 도현이 말했다.
“네가 맡길 때,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도현은 대답 대신 필름통 뚜껑을 돌렸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작업등 아래로 굴렀다. 서윤은 사진을 슬리브에서 빼지 못한 채 엄지로 모서리를 눌렀다.
“그날 부탁한 건, 아직도 싫어?”
서윤은 건조줄의 집게 하나를 바로잡았다. 집게가 닿은 필름이 가볍게 흔들렸다.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몰랐어.”
도현은 사진을 보지 않고 유리문 밖의 젖은 골목 쪽을 향했다. “그래서 한 달 동안은?”
서윤은 사진을 다시 슬리브에 넣었다가, 끝까지 밀어 넣지 않았다. 투명한 입구 밖으로 아이 둘의 어깨가 조금 남았다.
“상자, 오늘 가져가야 해?”
도현은 필름통을 손바닥에서 한 번 굴리고는 작업대 위 빈자리를 보았다.